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적대적 두 국가 관계” 선포에 담겨있는 메시지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해 12월에 열린 연말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는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고 선포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이 발언은 지난 해 8월에 북조선 최고 지도자로서는 최초로 우리나라를 ‘대한민국’이라는 정식 국호로 부른 지 넉 달 만에 나왔습니다.
김 위원장이 우리나라를 부를 때 대한민국이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선포한 이유를 바르게 이해해야 합니다.
이것은 일부에서 분석하는 것과 달리 대한민국을 상대로 핵무기를 사용하기 위한 준비작업이 아닙니다.
이 선언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이룩하기 위한 첫 발걸음입니다. 주춧돌을 놓은 것입니다.
대부분의 평론가와 분석가들이 ‘적대적’이라는 표현에 방점을 찍습니다. 그것은 이 선언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입니다. 방점을 찍어야 할 곳은 ‘이웃국가’와 ‘대한민국’ 여덟 자입니다.
‘괴뢰도당’이 아니라 ‘이웃국가’라고, 그리고 ‘남조선’이 아니라 ‘대한민국’이라고 부른 것이 중요한 사실입니다.
대한민국을 독립국가로 인정한다는 의사를 표현한 것이 이 선언의 핵심입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도 북조선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았고, 우리나라 영토를 불법적으로 강점하고 있는 집단이라고 간주했습니다. 북조선도 대한민국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두 나라가 동일한 지역을 자기 영토라고 주장을 하고, 그 지역의 한 쪽에 자리잡고 있는 정치권력을 불법집단이라고 간주하면 그 두 집단은 서로 상대방을 제거해야 할 존재로 대우할 수 밖에 없습니다.
상대방을 인정하는 것은 나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두 집단은 한 집단이 사라질 때까지 대결할 수 밖에 없습니다.
넓은 땅을 가진 부모님이 돌아가셨습니다. 자손은 형제가 있습니다. 부모님이 남겨놓으신 땅을 형제가 서로 자기 땅이라고 주장하면 사이가 좋을 수가 없습니다.
두 형제가 땅을 각기 분할등기해서 소유권을 분리하면 서로 싸우지 않게 됩니다.
북조선과 남한은 하나의 땅덩어리를 물려받은 형제입니다. 물려받은 땅 모두를 차지 하겠다고 서로 우기면 서로 싸우게 되고, 각자 자기가 점거하고 있는 땅만 갖기로 합의하면 서로 싸우지 않게 됩니다.
분할등기를 하기 전까지는 서로 죽일듯이 싸우던 형제라도, 분할등기가 끝나고 나면 사이가 좋아질 수 있습니다. 부모님 제사를 함께 모시고, 상대방 경조사에 참여하고, 부조도 하고, 어려운 일이 닥치면 서로 도와줄 수 있습니다.
분할등기를 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적법한 상속자, 그 땅의 합법적 소유권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 인정해야 합니다. 국가는 그 영토를 합법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실체입니다. 식민지나 괴뢰도당과는 전혀 다른 법적 지위를 갖고 있습니다.
‘적대적 국가’라고 부른 것이 ‘우호적 불법집단’이라고 부른 것보다 훨씬 더 상대를 높여 준 것입니다. 이제는 국가 대 국가의 대등한 위치에서 상대하겠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적대적’이라는 수사를 붙이지 않고는 여태까지 ‘불법 괴뢰도당’이라고 부르던 데서 ‘국가’로 승격시켜주는 것을 내부적으로 정당화 합리화하기 어렵습니다.
남한을 대한민국으로 부르고, 이어서 ‘국가’로 간주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대한민국의 합법성과 남한지역에 대한 대한민국의 주권을 인정한 것입니다.
이것은 6.15 남북합의보다 훨씬 더 의미심장한 일이고, 한반도 평화와 한민족의 번영에 훨씬 더 크게 기여하는 조치입니다. 이제 대한민국도 조선공화국을 ‘국가’로 인정하는 선언을 해야 합니다.
서로 상대방을 ‘국가’로 인정하면, 그 앞에 붙은 ‘적대적’이라는 수식어를 떼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중국과 대한민국은 1951년 이후 1992년에 수교할 때까지 내내 적대적 국가였습니다.
지금은 서로 교역과 경제협력을 하고, 국가 수반이 상대국가를 방문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베트남은 예전에 월맹이라고 우리가 불렀던 나라입니다. 그 나라까지 우리 군대가 가서 그 나라 군대와 전투를 벌였습니다. 서로 적이 되어서 전쟁까지 했던 나라입니다.
지금은 우리나라가 엄청나게 투자하고 서로 교역하고, 국민들이 방문하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적대적 국가들이 우호적인 국가로 변하는 것은 너무한 흔한 일입니다.
조선공화국이 대한민국을 ‘국가’로 인정했듯이, 대한민국도 조선공화국을 ‘국가’로 인정하면, 그 다음부터는 모든 일이 거의 자동적으로 진행됩니다.
서로 외교관계를 수립하기 위한 협상을 갖고, 그 협상 과정에서 영토를 확정하고, 영토를 확정하는 과정에서 서해 북방한계선을 우리가 주장하는 대로 결정하는 댓가로 원조를 제공하기로 합의하게 될 겁니다,
군축협상을 하고,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하는 댓가로 또 원조를 제공해야 하겠지요, 그리고 대사관을 설치하고 외교관을 교환하고,
인적교류 기준을 정하는 등의 일련의 과정을 국제적으로 확립된 순서와 방식으로 진행하면 마침내 ‘우호적인 이웃 국가’ 사이로 자리 잡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한반도에서 임박했던 핵전쟁의 위험이 사라지고, 조선공화국 국민의 생활이 현저하게 개선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그 첫걸음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뗐습니다. 이제 대한민국이 화답할 차례입니다.

